[보드게임 창작] 네컷사진 그리는 게임, 우왕좌왕 네컷사진
이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건 22년 봄이었어요.
당시 저는 창의인재 멘티였고, 좋은 테마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멘토링을 받은 참이었고,
다음 멘토링 때는 좋은 테마의 아이디어를 몇가지 생각해 가야하는 과제를 받았었죠.
네컷사진을 테마로 생각해 간건 21~22년도에 네컷사진의 유행이 정점을 찍었기 때문이에요.
대중적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멘토님은 제게 너무 유행을 타는 테마는 안된다고 했고,
그렇게 이 테마는 풀어보지 못하고 마음속에 고이 묻어야 됐었어요.
그날, 과거에 유행했던 스티커 사진기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스티커 사진 자판기에서 두더지 잡기 게임기까지 생각을 물고가다가 창의인재 성과물로 제출했던 캐치몰 파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집쟁이고, 누가 피드백을 뭐라고 줘도 선택은 내 맘대로 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네컷사진 테마를 포기하지 않았었답니다.
마음 속에서 꺼내 23년 봄에 룰을 개발하게 됐죠.
개발과정
1.비주얼, 타겟, 카피라이팅
스노우볼 게시글에서도 말했듯, 저는 하나의 비주얼. 시각적 이미지에서부터 아이디어를 풀기 시작한답니다.
이렇게 생긴걸 만들자! 라고 생각했어요.
인생네컷을 찍는 이유는 추억의 전리품화라고 생각해서요.
직접 그림을 그려서 게임을 하고 그림을 나눠갖는 거에요.
게임을 익혀서 플레이한 경험을 전리품화! 를 목적으로 삼았죠.
게임을 통해 그림을 그려서 얻어내는 네컷사진은 실제 네컷사진 자판기에서 얻어내는 네컷사진과는 다른 특별한 장점들이 많이 있어요.
1. 6000원에 한번 찍어서 한장씩 나눠가질 걸, 이렇게하면 많이 그려내서 몇번이고 나눠가질 수 있다.
2. 사진에서는 불가능한 다소 판타지적인 동작도 그려낼 수 있다.
3. 실제 네컷사진을 찍으러 가는걸 부담스러워하는 내향인도 테이블 위에서 규칙을 두고 네컷사진을 얻어낼수 있다.
4. 학교에 가져가면 인싸가 될 수 있다.
5. 집들이 컨텐츠로 즐길수 있다.
투박한 비주얼로는 룰을 어떻게 구체화 시킬지 영 감이 안와서 꾸며주었습니다.
이런저런 메커니즘을 섞어가며 수정하고 고민하다가 카피라이팅도 한번 해줘 봅니다.
상황극같은 걸 해보고 나니, 게임의 분위기가 더 잘 보이는거 같았어요.
2.룰 초안
몇번의 셀프 시뮬레이션 끝에 테플을 할수 있는 규칙이 완성되었습니다.
규칙서에 나오는 구성물들도 만들어줬어요.
저는 개발할 때, 어떤 미션, 어떤 포즈, 어떤 특수카드를 추가할지, 추가한 카드들이 별 문제 없이 쓰일수 있을지 생각하는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다음 날 올 손님들에게 테플을 부탁할 심산으로,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게하기 위해서 박스까지 오려서 만들어줬습니다. UX가 대충이라도 되있어야 몰입이 될 것 같아서요.
3.테플과 수정의 반복
그로부터 테플과 수정의 반복이 지속 되었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성격, 다양한 취미, 다양한 환경의 사람들과 플레이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동시진행하는 파티게임이다 보니까 대체로 큰 오류 없이, 보드게임이 생소한 사람들도 재밌게 플레이 해줬어요.
하지만 저는 테플을 거듭하며 룰을 5번 정도 뒤엎어냈어요. 또 테플을 거듭할수록 남겨야 되는 포즈나 미션 등이 뭔지 데이터가 쌓이면서 게임을 압축시킬 수도 있었어요. 테플은 해도해도 모자른 것 같아요. 더 다양한 사람이랑 더 많은 테플을 해보며 사람 성향과 환경에 따라 게임의 분위기가 어떤식으로 갈라질 수 있는지 느껴보고 싶었지만 생업이 따로있어 시간도 문제고, 테플 할 사람을 구하는것도 과제네요..
제가 참고용 데이터로 모아놔야 한다고 함께 만든 네컷지를 걷어갈 때면 아쉬운 탄성이 나오곤 했습니다. 제 기획 목적대로 다들 네컷지를 나눠가지고 싶어했고, 냉장고나 방에 붙여놓고 싶어 했어요. 제게 사정해서 제 데이터용 네컷지를 가져간 사람들도 있고요. 게임 특성상 모든 네컷지들에 서로 다른 그림이 나오게 되는데 한장씩만 나눠 가질게 아니라 모든 그림을 가져가고 싶다고, 종이 뒤에 먹지를 붙여주면 안되냐는 피드백도 있었어요.
애인, 가족과 하고 싶다고 빨리 출시해 달라는 말도 몇번 들었어요. 저도 테플 할때마다 질리지 않고 재밌었던 것 같아요.
카드의 기능을 바꾸거나 추가하고, 빼며 데이터가 섞이기도 하고, 서브 컨텐츠인 캐릭터 만들기 시트를 추가해보기도 하고, 잉크가 떨어져서 프로토 타입이 색이 바래기도 하고, 뽑아놓은 네컷지가 떨어져서 즉석에서 노트를 뜯어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네요.
나중에는 그냥 노트를 뜯어서 와이드 4컷으로 진행했는데, 와이드로 바꾸자 테플해주는 사람들의 게임 만족도가 더 높아졌어요. 네컷사진은 세로 네컷이 시그니쳐라서 레이아웃을 고집하고 있었던 건데 왠걸..
한 친구는 재밌다고 계속하자고 해서 연속 7판을 했네요.
테플할 때, 들은 피드백 중에 그림을 정말 못그리는 사람, 그래서 그림그리는 행위자체가 부담스럽고 무서운 사람은 어떻게 하냐는 얘기들도 있었어요. 그림을 잘 그릴 수록 부담감이 없고 재밌는 게임은 맞아요. 하지만 그림을 못그리면 못그리는대로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되서 웃으면서 게임할 수 있어요.
아..엄마아빠가 그린 것도...웃기긴 웃겼어요..하지만 저희 부모님.. 그림.. 심각하네요..
"그만해! 그만해..이렇게 못그릴수도 있구나..참고가 됐어.."
엄마는 이런거 애들이나 해야겠다고 했어요. 확실히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게임은 또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타겟을 명확히 짚어줘야 겠네요.
4. 계획
이제 슬슬 프로토타입에 진짜 디자인을 입히고 정비할 계획이에요.
올해 안에는 정말..진짜로 한번 게임을 출시해보고싶네요.
끄적끄적 만들다 만 게임들..저장후 숙성중인 게임들이 또 있지만, 우왕좌왕 네컷사진이 제 첫 출시작이 됐으면 좋겠어요.
문제는 계절이에요. 제 생각에는 이 콘텐츠가 가지는 계절적 분위기가 3월 중순에서 5월 초 사이의 분위기라, 돌아오는 계절에 완성시키기는 이미 늦었고, 다음 해까지 또 미뤄야 할런지. 이렇게 저렇게 내가 만들고 있는 게임들 다 미뤄버리는건 아닌지..느릿느릿 나란놈...
뭐..늙어죽기전엔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란 생각도 들어요..